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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esxdays

비스듬히 의자에 앉은 채

책상 위에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바라보고 있었다.

애초에 아이스 아메리카노인데 얼음을 추가한 컵에 옮겨 담은 탓인지,

동동 떠있는 얼음들은 녹을 생각이 없는 듯했다.

 

변함없어 보여도 커피는 점점 더 차가워지고 있는 거겠지.

회의가 끝났고,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미동 없이 비스듬히 앉아 턱을 괴고 있는 내 모습도 고요해 보일 거란 생각이 스쳤다.

마치 한치의 파동도 없이 진하디 진한 커피에 삐쭉빼쭉 잠겨있는 저 얼음들처럼.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쉴 새 없이 그렸다 지웠다, 또 그리며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생각들을 기억에 가두려고 애쓰고 있었다.

 

팔이 저린 건지 손이 아픈 건지 턱이 뻐근한 건지,

자세를 고쳐 반대로 비스듬히 앉았다.

지나친 얼음 때문인지, 머그잔은 땀 흘리고 있었고,

잔에 맺혔던 물방울이 또르륵 미끄러지며 흘렀다.

 

코스터는 이미 짙게 물들기 시작했고, 서서히 피는 꽃처럼 번졌다.

 

생각의 책을 잠시 덮고 바라봤다.

또르륵, 스륵.

또르르륵, 스르륵.

 

잔잔한 듯했고, 고요한 것 같았지만, 

시간은 흐르고, 흐르고, 또

흐르고.

 

지금 이 순간의 생각 하나하나가 머그잔 겉에 물방울들처럼 나의 하루에 퍼져 번지는 듯했다.

 

지금을 적어야겠다 느꼈고,

그렇게 생각을 꺼내 적셨다.


시간에 나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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