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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esxdays

담배 다이어트

흡연량을 느슨한 듯 타이트하게 모니터 한지 벌써 두어 달 정도 된듯하다. 많이 바뀐 건 없다. 다만, 생각 없이 한 갑을 다 피고 또 사고 피고 사고 피고 하는 무의식의 흐름 속에 쉼표를 더해 넣기 시작했다는 게 나에겐 가장 중요하다.


간헐적 intermittent

 

이름은 그럴싸하게 붙여놓고, 도대체 뭐가 간헐적인지. 저번 주에 흡연 일기를 올리려다 이 사실이 떠오르며 낯간지러움에 귀찮아서 글을 쓰다 말고 지워 버렸다.

 

깊은 수면 시간 빼고는 몸이 니코틴을 부르는 순간 난 거기에 부응하고 있는데, 간헐적이란 단어가 무색하다. 유월의 두 번째 주까지 얼마나 피는지 살펴보다 얼마나 피는지 관찰해보기로 한 선택은 일단은 탁월하지 않았나 싶다.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 걸 느꼈다,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효율적인 approach 접근 방식을 발견한듯하다. 귀찮음 외에 격주로 작성하기로 생각했던 시가렛 다이어리를 한주 건너뛰었던 이유 중 또 하나는 새로운 습관의 발견을 한주 더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반짝 한 주짜리 현상이었는지 관찰과 확인이 필요했다.

 

습관적 habitual

 

우스갯소리로 날 인간 벨이라 적었던 흡연 일기. 일어나서 땡, 아침 먹고 땡, 커피 마시고 땡, 땡땡땡. 그리고 EPL이 재개해 흡연량이 크게 증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예측까지. 니코틴 중독도 문제지만, 습관적인 부분 역시 우습게 보면 안 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렇다면 난 언제 종이 되는가? 땡땡땡 파블로프의 개도 아니고 니코틴의 노예, 종이 된 이 상황은 참 땡! 스럽다. No thanks. 샛방턱. 가장 먼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몸이 니코틴을 원하는 중독적이고 습관적이며 중복적인 현상. 아마도 가장 고치기 힘든 버릇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식사 후, 커피 마시기 전에, 커피와 함께, 커피를 다 마셨으니, 10분 뒤 회의 시작합니다 땡, 머리가 복잡하니까, 화날 때, 잠깐 쉬었다 합시다 땡, 마음이 복잡할 때, 답답하니까, 회의 마무리합시다 땡, 하루가 끝났구나 땡 이제 잘 시간이네 때대댕. 무언가 시작하기 전, 그리고 그 후. 후- 그냥 시도 때도 없다고 쓰는 게 정답일 듯. 딩동댕.

 

이토록 나의 흡연은 시작과 끝을 맺는, 마치 알람 같은 매개체로 뿌리내리고 있었다. 더 나아가 답답하고 화가 날 때면 머리 아플 때 찾는 타이레놀 마냥 손이 가요 손이 가. 흡사 느낌표와 마침표 같은 나의 흡연.

 

일시적 temporary

 

이러한 습관을 단순 하루 몇 개비나 피는지 보며 간헐적이라 이름을 붙여놓고 컨트롤하려 했으니 큰 효과도 없을뿐더러 일시적으로 참거나 말거나 했던 지난 일기들. 단기간 운동하고 때려치우고, 금방금방 질리며 넘어가는 순간들엔 알맞을지 몰라도 지금 내가 추구하는 변화에 일시적인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꾸준하고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는 플랜이 필요하다.

 

제한적 restrictive

 

그래서 한도를 정하고 지키는데 연연하지 않고 난이도를 높이기로. 축구 볼 때를 예를 들자면, 게임이 시작하기 전, 하프타임, 끝나고, 이렇게 원투쓰리 미니멈 3개를 피게 되는 걸 제재하기로 했다. 그리고 유산소 운동할 때 분신처럼 챙겨 들고나가던 담뱃갑을 더 이상 잡지 않자 항상 시작과 끝에 따라오던 2개를 하나로 줄이게 됐다. 식사 후 바로 피우지 않고 어느 정도 텀을 두니 점점 무언가를 먹고 바로 담배로 향하던 손이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다 보니, 결론은 꼭 필요하지 않다는 것. 이미 알고는 있지만, 모른 채 외면하려 했던 내 자신에게 수시로 재확인시켜주려고 노력한다는 것.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더 줄일 수 있겠지? 

 

새로운 습관의 발견

 

얼마나 덜 피는지 모니터링을 시작하고 2주. 한도를 열개로 정해놓고 12시가 땡 하면 몇 개나 덜 폈는지 살펴보는 습관. 이 과정에서 하루가 흐르며 담뱃갑에 4개 정도가 있을 때 마이너스를 기록하려고 자정까지 남은 시간에 맞춰 추가 개수를 계산하는 날 발견했다. 6PM 4개 남았네? 12시까지 6시간, 세 시간 텀을 두고 두 개 피면 -2 기록할 수 있네? okay, 저녁 먹고 하나, 그리고 11시 즈음 하나.

 

뜻밖의 발견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6월 마지막 주엔 한도를 8개로 하향 조정하는 걸로. EPL을 즐기고, 맥주도 마셨으며, 머리가 복잡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도를 넘기지 않았다. 담뱃갑에 4-5개가 보이는 순간 난 시계를 보며 머릿속으로 분할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여러 시도중 제일 효율적인 방법을 찾은 듯하다. 이제 남은 건 응용이겠지.

 

 

012
6월 흡연기록: Weeks 3-5


간헐적 흡연. 지금의 나를 설명함에 걸맞지 않은 듯하다, 냉정하게 보자면 잘 때 빼곤 간헐적인 게 없다. 그래서 떠올리게 된 담배 다이어트.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쓰다 답답함에 잠시 쉬려고 물었던 담배와 함께 찾아온 아이디어. 지금 난 내 흡연량을 다이어트하는 중이구나.

 

저 다이어트하는 중이에요. 담배 다이어트. 맛있게 피면 0개? 응?


줄이다

0706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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