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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x바: 2단계

기억에 숨을 불어넣다, 기록을 들춰보다

"I'm not looking to get massive and buff. Definitely not a priority nor is it my concern."

 

한동안 손 놓고 있던 운동 기록을 올리기 위해 창을 열자마자 보인 저 글: "몸을 우락부락하고 크게 키우는 게 목적이 아니다. 우선사항도 아니며 관심 없다."

 

분명 저렇게 적어놓고 어느 한순간 잊어버린 듯하다. 초심을 잃는 건 찰나, 욕심은 항상 판단을 흩트리고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돌아가자, 기억을 부르기 위해 다시 기록 속으로.


되감기 4월 20일

 

프로젝트가 더 재밌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마지막 단계는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피날레를 그렸지만, 늘 새로운 이벤트는 터지기 마련이다. 예기치 못한 팬데믹이 전 세계를 뒤엎어 흔들듯이, 나의 계획 또는 목표와는 상관없이 세상은 쉴 새 없이 굴러간다. 궁극적으로 내 플랜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 짜증 내며 좌절하긴 보단 좋든 싫든 삶에 놀라움과 계획에 변경이 없다면 그만큼 무미건조한 시간이란 뜻이라 생각하고 반응하며 넘어가는 게 더 슬기로운 것 아닐까.

 

두 번째 단계를 시작하며 한 가지를 다짐했다: 첫 번째 주는 무조건 추가 무게 없이 이지바만 들고 운동하는 걸로. 더 어린 시절의 나였다면 처음부터 무식하게 무게를 채워 들어보려고 시도했을듯하다. 별로 바뀐 게 없나 보다, 아직도 원판에 눈이 가며 끼울까 말까 고민하는 걸 보면. 하지만 NOPE, 아니 절대 네버 이번 주는 그냥 이지바만 드는 걸로.

 

WHY?

 

왜 무게 추가하는걸 이토록 원하면서 제재하려는지? 처음부터 무게를 올려 운동하면 몇 주간 불타오르고 언제 그랬냐며 손 놓을게 너무 뻔히 보이는 나였기에. 도대체 다시 운동한답시고 헬스장으로 달려가 등록한 삼분의 일도 안 쓰고 관둔 게 몇 번인지, 얼마 안 되는 포스팅에 종종 사골 우려내듯 등장하는 단골 문장. 이제 그만 쉬자는 마음에 헬스장을 찾아가 한번 휙 둘러보고 몇 주 안 나갈걸 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몇 개월 등록한 게 몇 번인지. 이참에 아주 푹 고아 진액을 만들자. 차라리 이지바를 구입한 게 더 잘한 일이지 싶다, 더 이상 운동하러 가기 귀찮아서 안 했단 핑계는 못 대는 거니까. 잠깐, 내 짐볼, 메디슨볼, 홈스쿼트, 푸시업 바, 덤벨, 탄력밴드들이.... 어디 있더라?

 

SO!

 

그래서 천천히 시작하는 걸로. 내가 왜 apresxdays 프로젝트를 시작했는지, 더 이상 핑계 대지 않고 평생 갈 건강한 습관을 위한다는 초점이 흔들리지 않도록 한 계단씩 한 걸음씩 첫 단계를 밟아온 것처럼 이번 단계도 진행하는 걸로.

 


 홈트레이닝 with 이지바

이하

 홈x바 

첫 번째 날

 

exercise log: phase TWO page


HxB Day I


기억났다.

내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얼마나 즐기고 좋아했는지.

기억이 살아났다.

 

"it was just FUN"

 

맨손운동 30분은 말이 삼십 분이지 정말 더디게 흘렀다. 그래서 운동하며 즉흥적인 변화를 지속적으로 주며 텐션을 유지하려 무진장 애를 썼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time flew today" 시간이 날아갔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마지막으로 이지바를 손에 잡아본 게 언제였더라? 아마도 3년 전 3개월 등록하고 3주 나갔던 헬스장이 마지막이지? 시계를 볼 생각도 안 했고, 그냥 바를 손에 쥐고 운동한다는 자체가 즐거웠다.

 

턱걸이 + 딥스를 할 수 있는 홈 스테이션 보다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뿌듯해했다. 맨손운동 단계가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너무 많은 횟수를 채우려는 게 반복적으로 느껴지며 힘든데 지루함까지 버텨내는 게 곤욕이었다. 이지바 말고 풀업+딥스로 선택했더라면, 그랬더라면, 분명 다음과 같이 내 운동일지는 이어졌을 것이라 99.2% 확신한다:


Day 1. 너무 오랜만에 하는 턱걸이가 죽도록 힘들다. 5개도 간신히 성공. 그나마 딥스는 좀 괜찮은 듯, 가볍게 10회.

Day 2. 항상 어려웠던 풀업, 온몸이 바르르 떨리며 바들바들 진동벨처럼 떨며 겨우 5번. 다음 주면 열 번 할 수 있겠지? 딥스 10회.

Day 3. 안 쓰던 근육이 자극돼서 그런지 팔, 등, 그리고 복근이 뻐근하다. 풀업 x회, 딥스 x회.

Day 4. 아- 하기 싫다. 그래도 했다. 아- 잘했다. 참-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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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4. 많이 늘었다. 이제 10회는 쉽게, 다음 주부턴 횟수를 늘리고 그립도 다양하게 잡으며 진행하는 걸로. 오늘의 딥스는 30회. 앞으로 꾸준히 계속 늘려가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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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x. 아- 하기 싫다. (반복적이고 지친다라고 쓰고 재미없다 흥미 잃기 시작했다고 읽는다)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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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1. 끝. 안 해. 때려치워.


Most likely, 아마도 이랬겠지. 운동은 바뀌었지만 결국 맨손운동의 연장선에서 선택지가 다양하지 않기에 질렸을 듯하다. 이지바를 통해 여러 가지의 운동 동작을 할 수 있고 무게 변경을 할 수 있는 옵션이 늘어나니, 이 얼마나 현명한 선택이었던가?! 즐겁게 운동을 끝내고 치솟을 대로 올라간 텐션은 셀프 감탄과 칭찬으로 이어졌다.

 

"the biggest hurdle today was resisting the temptation to load weights"

 

이지바를 들고 하는 운동 첫 번째 날의 가장 큰 유혹은 무게 원판을 끼우고 싶은 마음을 잠재우는 일이었다. 다행히도 약해질 대로 약해진 몸은 추가 무게 없이 이지바 자체 무게만으로도 충분했다. 다행스러운 게 아니라 슬퍼야 하는 건가. 흑흑.

 

암튼, 이지바 하나로 운동의 즐거움과 내가 얼마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좋아했는지 기억하게 된 하루였다. 꼭 일기처럼 이렇게밖에 마무리할 수 없는 거니, 날씨는 어땠는지도 써야 하나-

 


0420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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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mysky0015.tistory.com 계리직 2020.07.02 17:44 신고

    정말 운동하면서도 많은 생각들이 나는거 같아요!!
    저도 걸으면서 힘드니까 그만하자 라는 생각이 수없이 드는거 같더라고요!!
    오늘 정말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s://apresxdays.tistory.com apresxdays 2020.07.02 21:15 신고

      그만하자는 생각이 드는거 자체를 그만하고싶다는!! 운동할때 딱 집중해서 운동만 할수있음 얼마나 좋을까요?!?!?!

  • Favicon of https://yespapa.tistory.com 예스파파 2020.07.02 17:45 신고

    날씨는 비온두ㅣ 오늘 맑음입니다 ㅋㅋ
    자꾸 욕심이 나실텐데 그걸 억누르고 계시는것 같아 제 마음이 다 먹먹합니다 ㅋㅋ
    어떤 느낌일지 잘알기에!
    멘탈 관리도 함께 하기 위해 시작하셨다고 했자나요
    멘탈 관리의 신이 되신 후 코로나가 잦아들때 헬스장으로 가는것도 방법이지 않을까요?
    지금은 가시면 후회 할것 같아요! 깔끔한 성격상! 뭔가 코로나로 인한 사람들이 많은 곳을 꺼려하시기에
    스트레스 받으실것 같아요!

    • Favicon of https://apresxdays.tistory.com apresxdays 2020.07.02 21:21 신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 그리고 맑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제대로 마무리 해주셨습니다!
      아 진짜 계속 추가구매를 하고 싶은데,
      한번 고삐 풀리면 큰일날듯해서 꾹 참고 있습니다 ㅋㅋ

      멘탈 관리의 신이 되려면... 헬스장은 다음생에?!! ㅎ 근데 정말 정확하게 절 보셨군요, 돗자리가 어디있더라- ㅋㅋㅋ

      오늘의 컨셉은 마무리 달인 인가요?!! 어쩜 이리도 잘 정리해 주시는지! 감탄에 감탄입니다!

    • Favicon of https://yespapa.tistory.com 예스파파 2020.07.02 23:15 신고

      제가 잘맞췄나요?
      돗자리 펼까요? ㅋㅋ
      그냥 엑기스님의 글은 사람을 묘하게 끌어 당기는 매력이 있어서 집중해서 보다보니 조금 엑기스님을 알게 된것 같아서요! ㅋㅋㅋ 물론 자세히는 아니지만!

      점점 멘탈이 좋아지시는거 보여요!
      긍정적인 결과가 그려집니다 ㅎㅎ

    • ㅋㅋㅋ 가끔은 두분의 케미가 재밌어서 댓글읽게됨 ...하하하 .....훔쳐보는재미는 역시 !

    • Favicon of https://apresxdays.tistory.com apresxdays 2020.07.03 14:25 신고

      우오오오 제 글에 그런 매력이!!!! 어마어마한 칭찬에 슬슬 지치던 금요일 오후에 힘이 불끈불끈 납니다! 비타오백 오백병은 마신것처럼!!!

      예스파파님이 워낙 성격도 좋으시고 장단도 잘 맞춰주시니 전 그냥 추임새 넣는 정도 입니다! ㅎㅎㅎ

  • 2020.07.03 00:22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