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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x바: 2단계

무거운 선택

 

첫 번째 단계인 맨손 운동이 끝나고, 무엇에 홀린 듯 난 인터넷 쇼핑을 시작했다. 정말 단순하게 머릿속엔 웨이트 기구가 필요하다- 이거 하나밖에 없었던 듯하다.

 

아직 계단 걷기를 하거나 헬스장에 가려고 했던 계획을 앞당기기엔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복병이 자리 잡고 있었다. 뭔가 하나에 꽂히면 시야가 확 좁아지면서 그것만 보고 돌진하는 내 습성에서 나온 결과 아닐까. 그렇게 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운동 일주일'이 시작함과 동시에 다짜고짜 여기저기 쇼핑몰들을 돌며 필요한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1. 무엇이 필요한가

 

원래 계획이었던 90일을 삼등분해 30일씩 계단 걷기, 맨손운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헬스장으로 돌아가기로 했던 게 틀어지며 매트 하나를 구입하고 바닥 운동을 시작했다. 트레이닝에 빠져 지내다 보니 다음 단계를 제대로 기획할 새도 없이 30일에 도달했고, 일주일간의 맘대로 트레이닝이 끝나기 전에 빠르게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렇게 설명하면 미루다 못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걸 좀 더 그럴듯하게 포장할 수 있다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무엇이 왜 필요한지에 집중했다기보다 얼른얼른!!! 빠르게, 더 빨리!!! 채비해야 한다는 분위기에 휩쓸렸다.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완벽에 가까운 플래닝을 하고 추구하는 듯 하지만 허술한 구멍이 숭숭 뚫린 곳이 많은 내 철저한 계획성이 어디 갈까.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하다 착각했던 걸까.

 

집이 아닌 듯 헬스장 같은 집을 위해 필요한 건 바로 웨이트 기구. 헬스장에 가지 않아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홈짐. ""트레이닝을 위해 필요한 트레드밀, 스텝퍼, 짐볼, 딥스 + 풀업 스테이션, 사이클, 인클라인 + 디클라인 벤치, 고정 벤치, 레그 프레스 머신, 벤치프레스 스테이션, 프리웨이트: 덤벨, 바, 원판, 케틀벨. 다 갖고 싶다. 아 욕심난다. 실토하자면 나열한 모든 걸 찾아보기는 했다. 아- 왜- 뭐-

 

불필요한 것들을 침 흘리며 찾아보다 정신을 차렸다.

 

2. 최소한의 기구

 

나름 맨손운동 정신을 이어가고자 최소한의 구매를 한다는 제한을 뒀다. 이미 이때부터 기구들을 장만한다는 확고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답정너. 왠지 맨손운동을 다양화하며 진행했으면 그것 나름대로 괜찮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마 그랬다면 홈트레이닝이 지속되지 않았을 거라 예측한다. 이렇게 추가 기구를 구입하게 된 것 역시 다 이유가 있었겠지: 홈트레이닝을 이어 가게끔 도움을 준 가장 큰 요소 아닐까.

 

암튼, 딱 두 가지를 필터 하고 나머지 꿈의 리스트는 고이고이 접어 보관했다.

 

3. Weight Plates 무게 원판

 

최종 선택된 두 가지 중 하나인 원판. 욕심 같아선 지금 당장 필요도 없는 2.5kg부터 시작해서 20kg까지 세트로 쫘악- 다 갖고 싶지만 그럴 순 없다. 벌써 잊었니? 최소한으로 꼭 필요한 것만!

 

일단 원판 종류만 해도 선택지가 너-무 많았다. 주 재료, 재질, 지름, 두께, 그리고 가격. 인터넷 쇼핑이 편리하고 좋을 때가 더 많지만, 이렇게 선택지가 많을 땐 살짝 귀찮기도 하다. 특히나 같은 제품을 여기저기서 하늘과 땅 차이 가격으로 판매할 땐 더더욱. 

 

그래서 내가 필요한 게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곱씹어봤다: 새만 심하지 않으면 재질은 크게 상관없지. 고무는 손에 딱 붙는 느낌이 좋고, 우레탄은 고무만큼 쫀쫀하게 손에 잡히는 느낌은 아니지만 냄새가 없으니 좋고, 하지만 코팅 안된 그냥 쇠는 무조건 패스. 촉감도 싫고 시간이 지나면서 쇳가루 떨어지는 건 더 싫으며 간혹 녹스는 경우엔 정말 골치 아프다. 그렇다면 지름은? 중량용으로. okay 다음. 두께 또한 크게 상관없으니 마지막으로 가격. 저렴하면 할수록 득템 하는 느낌인데, 그 맛에 인터넷 쇼핑하는 건데 당연한 이야기는 패스. 이렇게 검색 필터를 뇌에 설정하고 원판 메뉴 옆으로 보이는 트레드밀 섹션으로 돌아가려는 초점을 멈췄다. 솔직히 말하면 한번 슬쩍, 아니 아주 잠깐 같은 오랫동안 둘러보고 백버튼을 눌러 원판 페이지로 돌아갔다.

 

가장 먼저 떠올린 조합은 15KG 둘, 5KG 두 개였다. 코로나 사태의 여파인지 SOLD OUT 품절된 곳이 많았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한 군데서 내가 원하는 조합을 찾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15킬로가 있음 5킬로가 없었고, vice versa. 그러다 잠시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지난 3년. 저기요, 15KG를 들겠다고요? 풉. 아- 자존심 상했지만 그게 현실이었고 바로 욕심인걸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걸로.

 

그리고 수정했다: 10KG 둘, 5KG 둘. 그러나, 이 조합 역시 찾기 힘들었다. 그냥 두 군데서 시키면 편하게 해결될 일인데, 왜 갑자기 그럴 때 있잖아요? 이상한 거에 꽂혀 마음이 요지부동 꽉 막힌 채 고집부릴 때. 무슨 이유에선지 그냥 한 군데서 내가 원하는걸 한방에 '편하게' 시키고 싶었다. 이때가 바로 그런 때였다, 결국 고생을 사서 한 격이 되었지만.

 

ANYWAY 암튼, 폭풍 검색을 하다 지치고 지겨워 그냥 모든 창을 다 닫아 버렸다. 생각이 복잡할 때 항상 하듯이 SLEEP ON IT 하루 정도 이 과제를 껴안고 자기로 했다. 담날 아침 바로 눈을 뜨며 유레카- 바로 이거야! 이러면서 깨달음이 찾아왔더라면 더 드라마틱했겠지만 귀찮음에 미루고 미루다 오후에 다시 검색을 해볼까 하는 찰나에 문득 떠올랐다.

 

5KG 둘=2.5KG 넷.

이런 10 KILO.

 

아. 왜 이 생각을 어제는 못한 걸까. 정말 뭔가 한번 파고들기 시작하면 다른 옵션은 생각할 기회조차 안 주는구나. 자아성찰과 함께 모든 게 술술 풀리기 시작하며 일사천리로 쇼핑 끝.

 


일주일 정도 걸렸던 트레이닝 매트보단 빠르게 도착했다. 늦게 온다 하더라도 급하진 않았던 탓인지 날아온듯한 느낌을 준 원판들. 왜 항상 뭔가를 목 빠지게 기다리면 더 늦게 오는 걸까요. 돈 싫어 명예 싫어.

 

10KG 둘 2.5KG 넷


처음 구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실용적인 구성이 됐다. 오랜 시간 몸은 무너질 대로 무뎌졌고 처음부터 15킬로는 무리였을 것이며 2.5킬로 네 개로 더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한 곳에서 한방에 모든 원판을 주문하고픈 뜬금없던 욕구까지 충족했으니 여기서 해피엔딩이었음 얼마나 좋았을까.

 

문 앞에 도착해 있던 박스들을 보고 설렘과 행복이 덮쳤지만 그것도 잠시.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내가 고무다! 하는 울부짖음이 들렸다, 아니 코를 찔렀다. 냄새가 상상 이상으로 고약했다. 고작 플레이트 6개를 들인 집은 타이어 샵이 된듯했다. 고무, 아니 화학 냄새가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진동을 했다. 와우. 이건 정말 예상치 못한 전개였지만, 어차피 다음 주까진 무게 없이 진행하고자 했기에 바로 발코니로 추방했다. 날도 슬슬 더워지는데 먼길 오느라 땀나서 이렇게 냄새가 심한가? 바람 좀 쐬도록 밖에 모시는 걸로.

 

사진 날짜를 보니 4월 22일, 6월 22일인 오늘이 딱 2달째 되는 날! 아직도 습관적으로 운동 시작하기 전 발코니에서 고이 모셔오고 운동이 끝나면 다시 내쫓듯이 방출하고 있지만 이제 거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익숙해 진걸 지도 모르겠지만, 처음처럼 코가 마비되며 머리가 띵-하지 않으며 플레이트에 코를 대고 킁킁 대지 않는 이상 아무 문제없이 잘 사용 중이다. 얼마 전엔 까먹고 10킬로 원판 하나를 집안에 둔 것도 모르고 그다음 날에서야 알아차린 걸 보면 악취는 사라졌다 얘기할 수 있겠다.

 

코로나바이러스 외에 품절 이란 복병이 있었지만, 오히려 큰 도움이 됐고 더 나은 결과로 이어졌다. 두 달간의 시간을 되돌아보면 더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어 다행이다. 만약 15KG + 5KG 재고가 있었고 그대로 구매했다면 어떻게 진행됐을지 궁금하긴 하다. 아마 좌절했었을 듯하다: 거봐 내가 뭐라 했어 무거울 거라 했지? 이봐 내가 바로 직감이야. 내 말 듣고 잘못된 적 한 번이라도 있어? 자존심이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내 말을 좀 듣지 그랬어. 품절이라 다행이다. 품절이었던 덴 다 이유가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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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22020

0622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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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yespapa.tistory.com 예스파파 2020.06.23 07:28 신고


    계획의 허점 ㅋㅋㅋㅋ
    모두 그런 방식으로 상황에 맞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는거 아닌가요! 우린 인간이니까! 얼마나 인간다운 모습입니까 ㅋㅋㅋ 인간미!

    저걸로 이제 점점 성에 안차실텐데.... ㅋㅋㅋ
    몇가지가 머리속에 상상되긴합니다! ㅋㅋ
    어떤 결정이라도 더 나아지기 위한 결정이기에 공감하고 응원합니다!!^^

    • Favicon of https://apresxdays.tistory.com apresxdays 2020.06.23 12:44 신고

      ㅎㅎㅎ 역시 너무 잘 아시네요!
      저걸로 성에 안차 5월 25일 계획 수정할때까지 엄청 고민고민 했습니다 ㅋㅋㅋㅋ 때맞춰 헬스장 다시 열었다는 문자도 받았었고

      그래도 이미 결정한대로 있는것만 가지고 고고!
      화요일-수목금토 입니다! 지금 이 댓글을 보며 앉아계신다면 바로 스쿼트 30회! (계속 압박 주기 ㅋㅋㅋ)

    • Favicon of https://yespapa.tistory.com 예스파파 2020.06.23 15:18 신고

      헐 이 댓글을 보고 말았다...
      화장실가서 하고 오겠습니다!

  • Everything happens for a reason.

    결론은 잘 되었군요 !! ㅎㅎ
    필력이 진짜 좋으신거같아요 !
    게다. 매번 읽을 때마다 회색글씨 의 유무에 달라지는 느낌이.... !!

    방출된 저 아이템을 들고 들어오기전에 땀을 흠뻑흘리는편이....
    하하하하하.....
    뭐라는거....ㅋㅋㅋㅋ

    무거운선택이지만 해피엔딩!!이네요 ! ㅎㅎ
    오늘부터 슈퍼맨 운동해야겠어요... 아 ... 생각으로 끝나지 않기를 ..... 아멘...

    • Favicon of https://apresxdays.tistory.com apresxdays 2020.06.23 12:51 신고

      indeed, everything happens for a reason.

      결론은 좋았으니 망정이지 안그랬음 🤦🏻‍♂️

      필력!!까지는 너무나도 과찬!!!인듯하옵니다 ㅋㅋㅋ 그냥 일력(?!?) 일상의 끄적거림 정도가 딱!

      아?! 미리 땀을 흘리면 들고 들어올 필요없이! 운동 끝?!! ㅋㅋㅋ 잔머리가 늘면 안되는데 말이죠 ㅋ

      전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슈퍼맨- 하면서 침대에서 굴러 나왔습니다 :] 단 한번 is better than 낫띵!

  • 2020.06.23 10:26

    비밀댓글입니다